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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hrs on record (18.2 hrs at review time)
수많은 문턱을 넘으며 새로운 세계를 체득하고 새로운 색에 빠져든다.

(8/10)
Posted Apri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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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hrs on record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그러한 우리네 삶은 고(苦)로 가득하다. 속세에 기거하며 주어지는 한 줌의 한정되고 통제된 선택지 속에서는 아무리 완벽한 결단을 내린다 한들 회한스러운 과거와 불안한 미래로 윤전하듯 번뇌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걸 망각하고 주어진 선택지를 초월하며 종국에는 아예 그 행위를 거부함으로써의 탈속을 읊조리는 본작의 미학이 인상 깊다.

'그것은 오직 우리가 망각하여 마침내 시간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할 때에만 가능하다'

(8/10)
Posted Decembe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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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2.5 hrs on record (5.7 hrs at review time)
(8/10)

가장 잘 다듬어진 배틀로얄 게임

장르의 단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장점은 극대화 하였다.
Posted November 6, 2020. Last edited Novembe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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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 hrs on record (45.4 hrs at review time)
(9/10)

Hypothesis: Outer Wilds gracefully defines what adventure is.

무지함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우아하고 우와!하는 여정

리뷰에 앞서 아우터 와일드는 아무런 정보 없이 플레이하였을 때 최대치의 감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나 역시 어떠한 사전 지식도 갖지 않은 채 게임을 플레이하였고 이렇게 하였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리뷰를 읽지 않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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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모닥불 근처에서 하늘을 보는 상태로 일어난다. 이상한 행성이 황도를 가르며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저곳은 어떤 곳일까 생각하는 찰나에 앞의 NPC가 눈에 들어온다. 말을 걸어보니 우주선의 발사 코드를 확보하라는 최소한의 목적을 건넨다. 그 목적을 달성하러 가는 길목에 배치된 몇몇 NPC들과 소소한 튜토리얼을 통해 세계관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여러 도구의 활용법을 터득하게 된다. 마침내 발사 코드를 얻은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우주선을 몰아 망망한 우주를 향해 나아간다. 여기엔 뭐가 있을까 하며 한창 탐사에 몰두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파란 형상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보여 당황한 나는 흡사 돌처럼 몸이 굳어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 채 이내 태풍과도 같은 환란에 휩쓸려 버린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나는 죽은 것인가? 무수한 의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화면엔 생전에 겪은 이미지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모닥불 근처에서 하늘을 보며 거친 호흡으로 깨어난다.

이것이 아우터 와일드의 도입부이다. 목전에 다다른 태양의 초신성 폭발, 죽은 이후에 모종의 이유로 계속 처음과 동시간대의 동일한 위치에서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하는 플레이어. 이렇듯 파격적인 전제로 진행되는 본작은 초입뿐만 아니라 단연 작품 내내 플레이어로 하여금 감탄사를 남발하게 한다. 또한, 발사 코드를 얻어야 하는 초반의 목표를 제외하고는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목적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본작은 플레이어가 왜 태양이 폭발하는 것이지? 왜 주인공은 타임 루프에 갇힌 것이지? 와 같은 질문을 하도록 유발해 자의적으로 탐험하도록 유도한다.

광활한 우주를 추동하는 여러 법칙을 파헤치려 온갖 행성들을 탐사하게 되는데 행성들은 일체 외형적으로 개성이 넘치며 그 행성들을 관장하는 규칙들에 있어서도 특이성을 부여받아 탐험의 흥미를 증폭시킨다. 가령 Giant’s Deep 행성을 조사하는 도중 지반이 토네이도에 휩쓸려 대기권 밖으로 치솟았다가 원래 자리로 강하한다던가 Brittle’s Hollow를 사찰하는 도중 실수로 행성의 코어로 낙하했더니 화이트홀로 나오게 되는 등, 수색 도중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였을 때의 희열은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이렇듯 세계의 작동원리를 통해 탐험의 설렘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본작은 실로 우아하고 우와! 하다.

한 행성의 단서가 다른 행성의 장소에 접근을 가능케 하는 순환적인 탐험 구조는 메트로베니아 장르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여타 메트로베니아 게임들이 능력을 얻기 전까지는 정말 물리적으로 특정 구역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본작은 접근 방법만 깨우치면 처음부터 해당 지역에 갈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어떤 장소를 가지 못한다는 것은 철저히 플레이어의 ‘무지함’ 때문이며 이 `무지함`은 본작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경험을 통해 습득한 단서들로 추리를 한다는 점은 분명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을 닮아있다. 두 작품 모두 정보의 홍수 속에서 플레이어가 방향감각을 상실하지 않도록 정리해주는 일지 시스템이 존재하며 아우터 와일드는 그에 더해서 해당 루프에 일어난 일들을 되새겨주는 주마등 시스템이 존재한다. 또 두 작품 모두 과거에 발생한 일을 텍스트의 형태로도 전시한다. 본작에서는 가지를 치며 뻗어 나가는 Nomai 족의 기록을 번역하게 된다. 이는 동일한 주제를 두고 그들이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는지 시사한다. 허나 본작의 텍스트는 필요 이상으로 양이 많기도 하고 제공하는 단서가 너무 직접적이라 오히려 추리하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게임이란 결국 가장 직접적인 형태의 간접체험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한테 적나라하게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과 플레이어가 직접 단서를 찾는 것의 감흥의 차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플레이어가 태양이 폭발한다는 것을 읽고 그 현상을 맞이하는 것과 플레이를 하다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것과는 감흥의 차이가 엄청날 것이다. 또한, 과도한 양의 텍스트는 문헌 속의 일상적인 순간들이 따듯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쓸데없는 정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고취시킨다. 기록들이 제시하는 여러 관점도 사실 플레이어가 직접 여러 각도에서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제시해주는 지극히 수동적인 관점이라 흥미롭지 못하다. 비록 모든 규칙이 하나의 퍼즐 조각이기 때문에 오브라 딘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는 본작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게임의 로직을 지나칠 가능성이 있기에 굳이 부연설명을 덧붙인 것일 테지만 본작의 정수는 무지함의 껍질을 플레이어가 직접 벗겨내는 데 있다. 그렇기에 글의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아무런 정보 없이 최대한의 무지함을 갖추어야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본작이 완벽하게는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따라서 추리라는 영역에서는 오브라 딘이 월등히 앞서있으며 더 나아가 오브라 딘은 과거를 박제해 무엇보다 정적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활력이 넘치는 데 반해 오히려 동적인 게임인 아우터 와일드가 주변 환경에 생동감이 너무 부족해 지루해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예견된 태양의 초신성 폭발은 곧 필연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다크소울 시리즈가 치밀한 레벨디자인으로 필연적인 죽음을 얘기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두 작품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다크소울 시리즈에서의 죽음은 대체로 플레이어의 기량에서 비롯된다. 몹의 패턴을, 보스의 패턴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나. 그리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다크소울의 죽음이라면 아우터 와일드의 죽음은 대게 ‘무지함’에서 기인한다. 미지의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다 죽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의 죽음이 절치부심하여 난관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사명을 부여한다면 후자의 죽음은 깨달음을 얻는 유레카의 순간이 된다. 그렇기에 본작에서는 절명의 순간이 유쾌하게 다가올 때가 허다하다.

본작의 타임 루프 시스템을 사실상 세이브포인트가 고정된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통상적인 게임에서는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다면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방금 그 실패한 경험은 분명히 있었던 일이지만 캐릭터에게는 없던 일로 치부되고 플레이어만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의 정보의 격차가 괴리감을 자아내지만, 본작은 캐릭터에게도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는 주마등 시스템으로 그 간극을 최소화하여 플레이어의 몰입에 일조한다.

플레이어는 결국 무지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어 우주 깊숙한 곳의 비밀에 도달한다. 마치 모든 행성이 퍼즐 조각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각 행성의 대표성을 지닌 악기들을 하나씩 호명하여 마침내 하모니를 이루는 시퀀스에서는 전율이 맴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플레이어를 맞이하는 건 바로 우주의 탄생이다. 우주의 종말에 이은 우주의 탄생.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본작의 내러티브는 (비록 클리셰적인 면모가 있기는 해도) 본작의 타임 루프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마지막으로, 본작은 사운드트랙 마저도 걸출하다. 우주를 묘사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한스짐머풍의 웅장한 스코어와는 정반대의 스펙트럼에 있지만, 미니멀한 구성에 감미로운 선율은 아직도 나를 자극한다. 자그마한 밴조 하나에 그 광활한 우주를 담아내어 도입부만 들어도 다시 망망한 우주를 항해하고 싶어진다.
Posted September 13, 2020. Last edited August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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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 hrs on record (157.5 hrs at review time)
(8/10)

디비니티의 세계관은 방대하다. 밀도 높은 맵 구성은 물론 신성 교단의 마지스터와 팔라딘, 차기 신성자의 자리를 노리는 신의 화신, 신왕을 섬기는 검은 결사단과 여러 첩자, 악마 세력 그리고 인간, 드워프, 언데드, 엘프, 리자드 등의 여러 종족이 존재하며 심지어 자연 도처에 널려있는 여러 동물과도 대화가 가능하다. 종족 간의 다툼이나 혐오를 그대로 투영하여 캐릭터마다 대사가 달라지고 언데드에게 치유 마법을 쓰면 피해를 입으며 원소 스킬도 여러 가지로 조합이 되는 것과 같은 세세한 디테일은 이 방대한 세계관을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실없는 소리 하는 NPC는 많이 없고 대부분 재치 있는 대사를 통해 개성을 부여받는다. (리자드 붉은 왕자한테 설탕에 조려진 도롱뇽이라니… 나는 이렇게 참신한 디스를 본 적이 없다) 사실 개성이 있을지언정 캐릭터들에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RPG 특성상 대화를 나눌 일이 많은데 위트 넘치는 대사들 덕분에 지루해지는 일은 없다.

스토리는 적당히 흥미로운 편으로 신성자가 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떠나는 여정 자체는 평범하지만 여러 세력의 입장차이를 확인하고 흑막을 파헤쳐가며 반전이 드러나는 과정이 익살스러운 대사들과 맞물려 플레이어의 구미를 당기는 데 충분하다. 턴제 RPG의 가장 큰 매력은 포지션 분할을 통한 크루의 운용인데 디비니티는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캐릭터의 종족에 따라, 체득한 스킬과 능력과 재능에 따라 역할 분담이 되어 인상적이다. 다만 스토리텔링을 너무 게임적인 특성과 무관하게 대사나 책이나 내래이션과 같은 텍스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지점이다. 영화나 문학적인 문법이 아니라 게임만의 독자적인 문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작중 지속적으로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단순히 선택지를 통해 플레이어의 고민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악스의 죽음 안개 관련 선택지, 아드라말리크 관련 영혼 흡수 선택지, 결말의 선택지 등) 근원 흡혈이라는 스킬을 통해 윤리적인 딜레마를 게임플레이 속에 어느 정도 잘 녹여냈다. 근원 스킬은 일반적인 스킬에 비하여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녔지만, 근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근원을 보충해주어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근원을 충당하려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흡수하여 사후세계에서의 생존권을 박탈해야 하거나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근원을 발견해 흡수하거나 어딘가에 있을 근원 통을 찾아서 수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나의 안위와 편의를 위해 남을 희생해도 되는가, 악인의 사후생존권을 나의 재량으로 박탈해도 되는가 등의 익숙한 딜레마들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한다. 비록 이러한 물음들이 깊숙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번민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교전 시 지형지물의 형태나 높낮이, 지반의 유형 모두 상당히 중요하며 CC기도 단순히 확률이나 상성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작업이 요구된다. 따라서 캐릭터마다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야 한다. 게임 초반에는 이러한 역할분담을 위하여 여러 스킬을 배우고 사용하는 재미가 있지만, 중반부터는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어 안정화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템을 통한 딜탱의 보강 말고는 변하지 않아 전투의 양상이 고착되어 단조로워지는 경향이 있다. 클래식 난이도 기준으로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는 마치 백만 번의 경우의 수에서 이기는 수 하나를 찾듯이 세이브/로드를 거듭하여 최적의 플레이를 물색하는 반복과정이 상당히 피로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형지물에 따른 캐릭터의 위치가 몹시 중요하기에 전략보다는 먼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등의 꼼수 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것은 전략성이 중요한 턴제 게임으로서는 명백한 허점이다.

아이소메트릭(isometric) 시점의 특징은 현장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디비니티는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줌아웃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기에 한정된 공간밖에 보지 못해 전장의 판세를 한 번에 파악하지 못하여 불편하다. 반면에 저장 시스템은 발군인데, 플레이어가 상인에게 판매한 모든 아이템, 죽인 모든 시체, 이동시킨 모든 아이템의 위치가 저장된다. 통상적인 게임에서 이런 요소들은 주기적으로 초기화되기 마련인데 플레이어가 끼치는 영향을 영구적으로 박제하는 이 시스템은 단순히 기믹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전시하여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계에 몰입하는 데 조력한다. 여담이지만 엔딩 후에 세이브 파일의 크기를 확인하여 보니 260MB였는데 이 정도면 더 많은 게임이 이런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게 좋을 듯싶다.
Posted August 12, 2020. Last edited August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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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hrs on record
(8/10)

조금은 탁해진 둠의 순수성. 하지만 아직 충분히 매력적이다.

'복잡한 얘기들은 집어치우고 일단 악마부터 때려잡겠다는 솔직한 유희 정신을 근간으로 쌓아 올린 간결하고 탄탄한 게임성' 이것이 나의 둠(2016)에 대한 코멘트이다. 그만큼 둠(2016)은 간결함의 미학을 최고로 추구한 작품으로 '악마가 보인다 -> 찢어발긴다' 이 간단한 프로세스로만 진행되는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가 게임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Simple is best를 보여준 결과물이다. 반면 둠 이터널의 게임 디자인은 전작에 많은 걸 추가하였지만 둠 시리즈 게임 디자인의 근간인 간결함에서 많이 어긋난다.

서사에 있어서는 `스토리 따윈 개나 줘버리고 악마나 죽이자`의 접근 방식에서 `아 사실은 센티넬이 악마랑 손잡고 인간의 영혼을 추출해서 정수로 어쩌고저쩌고`로 노선을 틀었다. 악마를 도륙 내는 행위에는 동기부여나 정당성이 필요 없다 (나치가 그런 것 처럼). 그게 매력이기에 굳이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이렇게 살을 붙이게 되면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투도 몹의 약점에 맞추어 여러 무기와 모드를 돌려가며 써서 플레이에 유동성을 더하려 한 시도는 좋지만, 도리어 너무 한가지의 정답을 요구하는것 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또, 체력이 모자라면 플레임 벨치로 방어구를 수급하고 탄약이 모자라면 전기톱을 써야 하며 수류탄도 두 종류에 블러드 펀치 등등 전투 시에 고려할 요소가 과도하게 많다. 따라서 추가된 요소들에 비해 실제 활용하는 것들은 적어서 효용성이 좋지 않으며 플레이의 리듬만 저해한다. Marauder, Tentacle, Archvile 같은 부당한 몹 디자인도 게임플레이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요인이다.

새롭게 추가된 여러 기동성 메커니즘에 힘입어 대학살극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플랫포머 구간을 함유시킨 건 나쁘지 않으나 때때로 그 설계가 직관적이지 않아 맵의 구석구석을 탐사하다가 지옥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기 십상인 점은 애로 사항이다.

이렇듯 군데군데 탈선한 곳이 보이기는 해도 기본적인 건플레이가 워낙 탄탄하기에 악마를 도살한다는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본작의 쾌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Posted May 25, 2020. Last edited April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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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hrs on record (19.2 hrs at review time)
(7/10)

정교한 이인삼각 경기를 연상시키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참신하다. 두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붉은 줄은 한편으론 서로를 속박하는 부자유의 요인이자 동시에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무기이기도 하다.

게임의 특성상 동료와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시간으로 합을 맞추어 레벨을 파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에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지만, 실전에서 수많은 변수가 개입해 설계가 무참히 무너질 때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현장은 체내에 아드레날린 분비를 유도하는 듯한 텐션을 조성한다. 이는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정의하는 카오스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Nobody panics when things go according to plan even if the plan is horrifying", "Upset the established order and everything is chaos")

각 레벨의 기믹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 있어서 직접 부딪혀보며 알아내야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목숨이 부족하기에 처음에는 체험을 통해 기믹을 체화하고 세이브를 로드해서 다시 한번 최소한의 자원 손실로 진행하는 게 요구되며 이 과도한 백트래킹에서 오는 피로감이 상당하다. (로그라이크 장르처럼 매 경험이 랜더마이징 되지 않는다)

또한, 난도가 너무 높아서 클리어의 쾌감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소통의 본질에 대한 비관과 허무감이 비교적 편한 솔로 플레이로 이어져 결국 게임의 기본전제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Posted January 18, 2020. Last edited May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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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hrs on record
(9/10)

플레이어의 실력 향상과 캐릭터의 능력이 추가됨에 따라 얽히고설킨 하나의 맵을 구석구석 밝히듯이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구조로 게임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듯한 설렘을 선사하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매력을 아주 뺴어나게 활용한 걸작.

이렇듯 픽션과 논픽션, 메커니즘과 내러티브,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서로 유려하게 상호작용하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장점이 돋보인다.
Posted December 26, 2019. Last edited August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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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hrs on record
(6/10)

윾비식 오픈월드의 명확한 한계 내에서만큼은 괜찮은 작품

기술할 게 많지 않은 게임이기에 장점부터 단점까지 간명하게 추리고 마치도록 하겠다. 게임에서 가장 특출난 부분은 화자를 그리는 방식으로, 살육에 무지한 일반인이 점점 폭력에 익숙해지다가 결국 그 관성으로 인해 다시는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내면을 나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초반부엔 바스가 구심점이 되어 어느 정도 스토리를 이끌어가서 괜찮으나 그가 죽고 난 후에 나오는 빌런은 매력이 전혀 없어 이야기가 바로 탄력을 잃어버린다.

건 플레이와 사냥, 거점과 타워 점령을 위시한 게임의 코어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잘 쳐줘야 평범한 수준이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단조롭고 맹한데 거기다 심하게 반복적이라 지루하다. 하지만 거점에 호랑이가 난입해 온통 휘젓고 가는 등 오픈월드 속의 여러 독립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순간들이 조금은 숨통을 틔워주며 특히 결말부의 타란티노식 복수가 일품이다. 이 통쾌한 쾌감을 위해서 달려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장 맘에 안 드는 두 가지는 시체 표시를 안 해줘서 일일이 육안으로 찾아다니면서 파밍해야 한다는 것과 발바닥하고 타이어에 기름을 발라뒀는지 조금만 경사져도 계속 미끄러져 내려 탐험하기가 귀찮을 정돈데 이는 샌드박스 게임에서 큰 허점이다.
Posted October 4, 2019. Last edited Septembe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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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hrs on record (29.4 hrs at review time)
(6/10)

훌륭한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반복적인 핵심 게임 메커니즘이 딱 플레이어를 붙들 만큼은 작동한다.

지형이 너무 비슷비슷하고 심지어 아예 복붙한 구간도 있어서 길을 잃기가 쉬운데 이는 탐험 위주인 게임 구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맵이 랜덤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세밀한 레벨 디자인이 불가능하므로 물량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솔플하기에 버거운 부분이 존재해서 코옵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게임 내에 소통 시스템이 부재 하기에 합을 맞추기가 힘들다.

적들의 약점이 비 직관적으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으며 스킬이 많아서 다채로운 육성이 가능한 건 좋지만 포인트가 너무 세분화가 되어 있어 스킬을 올려도 극적인 성장을 체감하기가 힘들다.

초회차에 볼 수 있는 보스의 수가 정해져 있어서 다회차를 권장하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맵이 랜덤으로 생성되어 새로운 컨텐츠가 보장되지 않는 설계는 의아하다.

당연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데 진행 도중에 이따금씩 환경에 변주를 주어서 지루해질 때쯤에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며 총 게임중 보기 드물게 보조무기가 유용하고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건플레이가 손에 감긴다.
Posted September 13, 2019. Last edited May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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