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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Jan 24, 2017 @ 5:57am
Updated: Jul 31, 2020 @ 2:14am

마모루 판타지 ~펄스의 팔씨의 르씨를 코쿤에서 퍼지하려는 코쿤의 팔씨의 르씨에게서 세상을 마모루한 우리들이 크리스탈이 된 건에 관하여~
뭔 X소리야?


‘FINAL FANTASY XIII-2’ 평가 보러 가기(클릭)

본 게임은 2009년 12월 PS3와 XBOX 360으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3'의 PC 이식작입니다.
'파이널 판타지'(이하 FF) 넘버링 시리즈 최초의 한국어화 작품으로, 그에 힘입어 국내 판매량도 대성공을 거두며 이후 발매된 작품들 모두 한국어화가 되게 한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인 동시에, 첫 발매된지 9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FF12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PS2의 시대를 화려하게 끝낸 이후, 스퀘어 에닉스는 FF 시리즈의 차기작을 3부작으로 개발하기로 합니다.
'파뷸라 노바 크리스탈리스' 라는 세계관 아래 개발된 'FF13', 'FF Agito 13', 'FF Versus 13' 세 개의 게임이 바로 그 것이었죠.
그러나 이 계획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개발 지연으로 인해 베르서스 13은 폐기가 되었고, (이 작품은 차후 FF 15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FF 13과 아기토 13은 세계관은 그대로이나 서로 별개의 작품으로 분리되고 말았죠.
이 과정에서 아기토 13은 '파이널 판타지 영식(TYPE-0)' 이라는 이름이 되었고, 제작사는 당초 계획이었던 '3부작'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FF 13 본편 발매 이후 뜬금없이 '라이트닝 사가'라는 이름으로 FF 13을 3부작으로 늘리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결국 최악의 자충수가 되고 맙니다.
FF 영식이 발매 후 호평을 받으며 후속작까지 언급되는 반면, '라이트닝 사가'는 "FF 시리즈 사상 최악의 쓰레기"라는 악평을 들으며 '파이널 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거든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함께 일본 RPG를 양분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입니다. 한국어화 이전에도 그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게이머가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매 작품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게 되는 것은 필연이죠.
'라이트닝 사가'가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이유는 사실 FF 13 본편이 문제라기보다는 어거지로 개발된 후속작들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FF 13 본편은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값에 부응하지 못 했을 뿐이지 결코 졸작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 작품은 장르 특성상, 그리고 시리즈 특성상 스토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굉장히 빈약합니다.
스토리라인 자체는 심플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거스르는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 라는 흔하지만 확실한 소재를 사용했죠.
닭을 가지고 간단하게 튀겨서 후라이드 치킨을 만들면 못해도 평타는 칠 텐데, 굳이 고급진 삼계탕을 만들겠다고 배 갈라서 이것저것 넣고 푹 고았더니
육수에는 딱히 든 것도 없어서 맛도 심심하고, 배때지 안에는 쌀보다 대추랑 삼을 더 넣어서 밥은 거의 보이지도 않고, 뼈는 다 삭아서 뚝뚝 부러지는 바람에 먹기까지 불편한 요리가 된 게 딱 이 게임의 상태입니다.

이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쓸 데 없는 고유명사의 남발로 인해 스토리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모 게이머가 이 게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적이 있습니다.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이 문장은 FF 13을 논할 때면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문(名文)으로, 이 게임의 설정놀음이 얼마나 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게임 내에는 꽤 많은 분량의 용어 및 설정 도움말이 있는데 이 도움말을 따로 읽어보지 않고 게임을 진행한다면 스토리 이해가 난해할 정도입니다.

또한 모든 JRPG에 등장한다고 봐도 좋을 일본 특유의 '지킨다(마모루)' 감성 또한 여지없이 등장하는데, 이게 너무 과합니다.
게임 내내 오레가 마모루! 세라오 마모루! 키미모 마모루! 마모루! 마모루! 마모마모루!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들이 시도때도 없이 감정을 과잉 표현하는데 여기에 음성까지 지원되니, 위의 설정놀음과 함께 어우러져 환장의 콤비네이션을 보여줍니다.
이게 그 유명한 파이널 판타지인지, 중2병 양판소인지 혼동이 올 정도인데, 이 리뷰 머리말에 쓴 문장이 딱 게임의 스토리와 특징을 요약한 문장입니다.

물론 스토리가 수준 이하라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기했듯이 소재 자체는 좋으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고 설정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다는 점.
또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주인공 캐릭터들의 납득되지 않는 행동에 공감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아쉬울 뿐입니다.


RPG라는 장르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하면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부분들이 있을 겁니다.
필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마을에 들러서 정비도 하고, 던전도 탐험하다 보면 다음 마을에 도착하고 하는 그런 이미지요.
FF 13 역시 그 전형적인 이미지의 RPG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게 스토리 후반부에 들어서야 그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본 게임은 기본적으로 일자 진행입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필드가 일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종스크롤 RPG'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스테이지 디자인인데, 심지어 장비를 변경하고 정비하는 '마을' 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임은 스토리 내내 일자 필드 위에서만 진행되는데, 중간중간의 세이브 포인트에서 정비를 하는 게 끝입니다.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이렇게 마을이 없는 디자인을 했다고 하나, 문제는 스토리 컷신 사이에 계속되는 일자형 필드로 인해 게임 진행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플레이어로 하여금 플레이 템포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 방식이 플레이어의 피로감을 심하게 이끌어 낸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스토리 후반부에 들어서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오픈 필드가 등장하게 되면서 스토리와는 관계 없는 별개의 서브 퀘스트들과 도전 요소들이 대량으로 해금되고,
내가 진행하고 싶은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며 어느 정도 해소가 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나는데,
게임의 중반부까지의 스토리가 너무 지루하고 작중 긴장감이 극대화되기 시작하는 중후반부에 들어서야 스토리에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는 점.
또한 FF 13에서 호평받는 전투 시스템 또한 중후반부까지는 너무 쉽고 단조로워서 O버튼만 연타하고 있으면 될 정도로 재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위의 모든 요소들이 겹쳐지면서, 게임은 후반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스토리는 지루하고 전투는 재미없으며 진행도 단조로운데 피로감까지 느껴지는' 총체적 난국 상태가 됩니다.
초중반부까지 진행하다가 포기한 유저들이 "스토리 영상 보다가 중간에 O버튼 몇번 누르다가 또 스토리 영상 보는 것만 반복하는 게임" 이라고 한결같은 평을 내리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심지어 틀린 말도 아니구요.
이걸 버텨내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스토리에 탄력이 붙고, 전투도 컨트롤이 필요해지며 오픈 필드도 돌아다닐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 되는 것 또한 맞습니다.

그러나 사실 20~30시간 진행해서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면 절대 정상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그 쯤 되면 이게 30시간을 참아서 상대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지, 정말 재미있는 건지 플레이어는 분간할 수 없게 되죠.
이게 바로 FF 13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도중 나가 떨어진 원인이기도 하구요.
본인이 이걸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곧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직결됩니다.


콘솔이 PS3 세대로 넘어간 후 첫 번째 '파이널 판타지'로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나 그 기대에 한참 못미친 게임으로 더 박한 평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이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스탠스로 작성되었으나, 그래도 명색이 대형 게임이고 시리즈가 시리즈인 만큼 평균은 하는 작품입니다.
JRPG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속작은 없는 셈 치세요.


장점
◎ 그 어떤 이견도 없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파이널 판타지' 그 이름값 이상을 해 낸 BGM.
◎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듯이 당대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그래픽.
◎ 질적인 부분을 떠나 양적으로 방대한 볼륨.


단점
◎ 소중한 사람을 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상을 구한다는 어렵지 않은 왕도(王道) 스토리임에도 그것을 살리지 못한 스토리텔링 능력의 부족.
◎ 스토리 이해를 위해 설정을 공부해야 함.
◎ 게임에 재미가 붙기 시작하는 구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림.
◎ 전투 외의 아무런 컨텐츠도 존재하지 않으며, 서브 퀘스트 역시 가짓수는 많으나 내용에 큰 차이는 없음.


주의
◎ (1회차 기준)스토리 엔딩까지의 플레이타임 : 약 50시간
◎ 상시할인 수준으로 할인을 많이 하는 게임이므로 구매하시기 전에 가격정보를 잘 알아보세요.
◎ 게임은 초반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시다면 비추천
◎ 턴제 RPG로 대표되는 JRPG 특유의 전투 방식을 싫어하신다면 고려
◎ 고난과 역경을 거쳐 세계를 구한다는 뻔한 스토리를 싫어하신다면 고려


총평: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이 역으로 비수가 되어 돌아온 비운의 게임.


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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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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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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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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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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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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