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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Jun 26, 2020 @ 12:40am
Updated: Oct 16, 2020 @ 8:17am

웰메이드

(총점 8/10)

현세대 게임에서 약방에 감초 마냥 늘 끼어드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잠입'일 것이다. 내로라하는 게임들마다 잠입 요소를 일부 넣어두는 건 보기 드문 광경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잠입을 메인으로 두고 개발한 작품과 잠입을 하나의 선택지로 두고 개발한 작품은 그 느낌이 엄연히 다른 법. 적과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 한없이 나약해지는 주인공과 함께하는 특유의 긴장감이야말로 잠입 액션 게임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크 오브 더 닌자는 이 원칙을 게임의 끝까지 아주 충실하게 지켜낸 작품이다.

마크 오브 더 닌자는 2D 횡스크롤 방식의 잠입 액션 게임이다. 사실상 2D 횡스크롤이라는 형식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활용한 느낌으로, 점프, 엄폐, 투척, 활강, 암살, 벽 타기, 갈고리 등등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의 가짓수 자체가 매우 다채롭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부드럽고 조작법도 어렵지 않아 적응하기 쉬우면서도 조작감 역시 괜찮은 편이다. 특히, 특유의 카툰풍 그래픽과 이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이 합쳐진 결과, 닌자를 주인공으로 한 서양식 애니메이션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주는 아주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시프 시리즈'에서 영감을 강하게 받은듯한 게임 플레이는 완성도가 뛰어나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부분이 바로 '빛과 소리'다. 조명의 범위 안에 있으면 아무리 멀리 있는 적이라도 플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다. 함정을 발동시켰다면 그 함정을 피하더라도 그 소리에 경비병들이 반응한다. 그렇기에 늘 조명을 끄거나 조용히 움직이는 식으로 빛과 소리를 억제해가며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이를 이용한 함정들이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게임 플레이를 받쳐주는 레벨 디자인 역시 빼어나다. 플레이하며 꽤나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 퍼즐이나 맵 구성이 제법 많았다. 특히 난이도와 완급 조절 면에서는 게임 분량이 10시간 정도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엔딩 직전까지 매 스테이지마다 새로운 적, 새로운 기믹, 새로운 함정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난이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훌륭한 구성이 돋보일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작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플레이어의 '자유'다. 제약이 걸려있는 대신 새로운 방식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해주는 7가지 닌자 복장과 10종류의 닌자 도구는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무궁무진하게 늘려준다. 게임의 구조 역시 전략의 선택폭을 좁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극히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간은 특정 목적지에만 도달하면 목표가 달성되고, 그 이외의 부분은 플레이어에게 일절 참견하지 않는다. 아예 들켜서 경보를 울리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건 플레이어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비살상 플레이를 목표로 할 수도 있고, 한 명씩 모든 적을 암살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이저 함정이 가로막고 있는 구간이라면 연막탄으로 레이저를 무효화 시키거나, 다른 우회로를 찾거나, 아니면 아예 전원 장치를 찾아 레이저를 끌 수도 있다. 아예 점수를 포기한다면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서 스테이지를 깨는 것 역시 허용된다.

탄탄한 게임 플레이와 레벨 디자인, 그리고 높은 자유도가 합쳐져 본작이 가진 리플레이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한번 깬 스테이지도 전혀 다른 아이템과 복장을 가지고 도전해보면 새로운 스테이지를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제작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도전 요소와 수집 요소를 매 스테이지마다 6개씩 배치하고 점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도입해 여러 번 플레이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다.

스토리와 OST 역시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아도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수준으로 무난하다. 정말 단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든 면에서 준수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본작에서 단점을 하나 꼽자면 없지는 않은데, 바로 '난이도'가 그 단점이다.

마크 오브 더 닌자는 솔직하게 말해 너무 쉽다. 분명 제작진이 작정하고 만들었다면 꽤나 어려운 난이도를 가진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 중 까다롭다고 느껴질만한 구간이 다소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구간들은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체크포인트를 너무나 관대하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정말 조금만 진행해도 자동 저장이 된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체크포인트가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까다로운 구간이라도 한 번이라도 넘긴다면 해당 구간에 대한 걱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필요 없다고 봐도 된다. 거기에 죽음에 대한 패널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더더욱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게임의 엔딩을 한번 본 다음에는 시야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소리 나 적의 탐지 범위가 표시되지 않는 '새 게임 플러스 모드'가 열리지만 체크포인트와 패널티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아 역시나 난이도가 심심하게 느껴진다. 물론, 쉽고 가벼운 게임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테고 짜증 나는 구간을 한 번이라도 넘기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플레이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크 오브 더 닌자는 관대해도 너무 관대하다. 게임의 긴장감을 해칠 정도다. 아주 조금만 더 체크 포인트를 빡빡하게 구성하거나 죽음에 약간의 점수라도 패널티를 줬다면 조금 더 게임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게 가능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하나 이것은 사소한 아쉬움일 뿐,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세상에 단점이 없는 게임은 없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단점이 적은 게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크 오브 더 닌자는 그런 점을 완벽하게 충족시킨 작품이다. 여운이 남거나 인상에 깊게 남을 정도로 뛰어난 건 아니지만 게임을 모두 완료한 다음에도 이 게임의 나쁜 점을 생각하라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게임이다. 상술했듯, 게임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잠입류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하다. 그야말로 '웰메이드'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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