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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Dec 22, 2021 @ 1:54am

영하 150도까지 기온이 떨어질 때 난 150%까지 과몰입했다.


처음엔 창문만 열고 플레이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40도, -60도, -80도... 바람막이를 벗고..가디건을 벗고... 반팔만 입고 시민들과 같이 떨었다. 추워질수록 각박해지는 민심과 함께 나의 결정도 독선적이고 냉혹해졌다. 그래서였을까 희망은 바닥나고 불안도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런던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부르짖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더 빠져나간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난 신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신은 없다고 부르짖던 나였지만, '신앙만큼 희망을 얻기 좋은 수단도 없지...' 라며 신앙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힘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런던파는 점점 와해되었고 사람들은 희망을 되찾았다.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열심히 일했다. 다시 떠오를 태양을 생각하며. 그러다 문득 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누굴 섬기고 있는거지?' '누가 이들의 염원을 이루어 줄 수 있지?'


"이들에게 광명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일부 시민이 이런 생각에 반발한다. 어리석은 녀석들 스스로 방주에서 내리는 꼴이라니. 나와 신앙수호대가 친히 방주에서 쫒아내 주었다.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을 잃지 못한다. 내가 그리 정했으니까. 정찰대가 곧 다가올 폭풍을 경고했다. 이 또한 하늘이 내리는 시련인가? 아니면 오만한 나에 대한 징벌인가? 그럴리 없다. 식량과 석탄을 비축하고 정찰대와 전초기지를 해산했다. 모든 거주지를 주택으로 재건설하고 혹한에도 일할 자동기계들을 만든다. 물론 발전기의 성능도 올린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낮아지는 온도. 폭풍이 목전에 도달했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반드시.

-80도....-100도....-120도.... 웅웅 돌아가는 발전기, 소리 위잉위잉 움직이는 자동기계 소리가 귀를 찢는 듯한 바람소리 저 멀리에서 들려온다.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중이지만 신도들이 추위를 호소한다. 병상에 자리가 하나 둘씩 채워진다. 지금 과부화를 해야 하나? 폭풍이 언제까지 몰아칠지 모르는데?

-140도... 관측 결과(신도들은 신탁이라고 생각하겠지)에 의하면 곧 폭풍이 멎을거라고 한다. 그때까지 발전기가 버텨주어야 할텐데. 진작에 발전기는 과부화 상태다. 다행이도 자동기계의 노동적에 석탄은 부족하지 않지만..

-150도 더 이상 과부화시키면 발전기가 폭발할 것이다. 폭풍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신도들이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살아남았다. 나의 신도 576명 그리고 나는 결코 옳았다. 우리는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유일한 독존자인 나를 섬기면서


게임을 플레이 하고 난 후 새벽 4시 나에게 남은건 영하 5도의 바람이 쌩쌩 부는 원룸과 차게 식은 바닥. 보일러를 키며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내 방과 손 발은 차갑지만, 내 가슴은 누구보다 뜨거운 감동에 벅차오른다. 멸망한 런던 '개같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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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さくら Jan 18, 2022 @ 3:35am 
지난 2주간 0.0시간인거보니 발전기 폭발해서 지금은 비료로 쓰이고있을듯
SSAM Jan 8, 2022 @ 11:51pm 
어우...
samuel2h Jan 8, 2022 @ 4:50am 
진짜 브금까지 더해져서 과몰입됨
󰀀Wilson Jan 1, 2022 @ 8:29am 
이새끼 문과다. 틀림없다. 리뷰로 날 감동시키다니... 처먹어라 유용함! 쳐올라라 어워드!!
Byeong2 Dec 31, 2021 @ 12:01am 
자취방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을 찍으셨군요. :steamlaughcry:
. Dec 27, 2021 @ 4:02am 
ㅋㅋㅋㅋㅋ이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네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기네ㅋㅋㅋㅋ 그정도로 몰입해서 하는거면 살만한 가치가 있는건가ㅋㅋㅋ
hwaheegwon Dec 24, 2021 @ 7:36pm 
시를 쓰셨네 ㅋㅋㅋ
innollia Dec 22, 2021 @ 3:03am 
춥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