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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Jul 17, 2017 @ 2:36am
Updated: Dec 4, 2022 @ 8:59pm

⠀혹시 여러분들은 인터넷으로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하는가? 그런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분쟁을 야기하는 글들을 몇 가지 볼 수 있다. 특히 순식간에 불꽃 같은 키배가 벌어지는 타이틀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위쳐 개재미 없던데 왜 다들 좋다고 함?" 같은 것들이 있다. 해당 글의 작성자가 "~한 이유로 나는 위쳐 별로던데?" 라고 올리면, 일단 쉴더들이 칼같이 등장해 코멘트를 단다. 〈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그런 듯, 아직 초반 밖에 안 해본 사람이 위쳐를 까는 건 좀,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해보면 재밌다고 느끼게 될 거다 〉 등의 내용으로 말이다. 아, 쉴더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상대가 깎아 내렸을 때, 그것을 반박 혹은 설득하려는 모습은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위쳐의 쉴더들에게 위쳐가 하나의 경전이 되는 순간, 그 자들은 소위 말하는 '위슬람 신도' 가 된다. 위슬람 신도가 되면, 더 이상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위쳐는 최고, 위쳐는 인생 게임, 위쳐 미만잡 등의 슬로건으로 빨아재끼기에 특화된 이들이다. 나는 '위쳐' 라는 게임을 하기 전부터 이런 위슬람들의 글을 자주 보곤 했다. 그리고 그런 위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 자연스레 위쳐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위쳐, 혹자는 갓쳐 또는 떡쳐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에게 "스토리 좋은 RPG 게임 추천 해주세요." 라고 질문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최근의 나는 RPG에 목 말라 있었고, 그런 나에게 위쳐는 아주 먹음직한 요리와도 같았다. 당연히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아, 진짜 이게 얼마나 명작이길래 그렇게 위쳐갓쳐 빨아재끼나?' 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엔딩을 두 번이나 봤고, 왜 위슬람 신도가 생겨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평론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한 《위쳐2》, 게임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단점도 존재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유저의 성향에 따라 그런 부분들이 더 크게 또는 작게 느껴지리라. 나 역시 초반에는 솔직히 쉽게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처음 한다면 역시 무조건 보통 난이도지.' 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는데, 너무 쉽게 쓰러지는 나의 게롤트를 보고 있자니 절로 신경질이 났다. 짜증이 났다. 왜 몬스터가 2~3마리만 동시에 덤벼도 이렇게 전투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가? 내 컨트롤도 탓해 보았다. 그렇게 죽고, 로드하기를 반복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했다. 엔딩은 봐야할 게 아닌가? 그런 다짐을 하고나서, 나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평소에 '첫 시작은 무조건 【보통】 으로 해야 개발자가 의도한 바를 느낄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난이도를 【쉬움】 으로 전환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난이도를 한 단계 낮췄을 뿐인데, 게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허탈했고, 화가 났다. 내 게임 컨트롤이 이렇게 형편 없는 수준이었나?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나의 실력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이 '위쳐' 라는 게임을 한층 깊게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위쳐의 스토리는 정치, 권력, 배신, 음모, 사랑, 철학, 인성, 책임 등의 관념을 관통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개쩌는 이야기였다. 스토리가 얼마나 재밌던지, 게임 진행에 하등 관계 없는 편지 같은 것들도 무조건 다 읽을 지경이었다. 이런 습관 때문인지 나는 위쳐2에 해당하는 세계관을 거의 다 이해하며 게임을 즐길 수가 있었다.

⠀전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익숙해졌다. 검을 휘두르는 것에만 의지하지 않고, 표식과 영약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 나자 더 이상 다대일 전투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건 더 짜릿한 일로 다가왔다. 해당 퀘스트를 하기 위한 최적의 영약을 마시고, 칼에 기름을 칠하고, 폭탄과 덫을 준비했다. 나의 게롤트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그렇게 노련한 사냥꾼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인, 아름다운 여인들. 게롤트는 사냥꾼인 한편,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로맨티스트였다. 트리스 메리골드, 베스, 모틀, 신시아, 사창가의 여인들, 심지어 남자의 정기를 먹고 사는 서큐버스까지. 그런 게롤트의 여색에 누군가는 그를 두고 위쳐가 아닌 '떡쳐' 라 부른 모양이다.

《위쳐2》, 나는 이제 도전과제를 위해 마지막 'Insane' 난이도로 다시 한 번 더 이 여정을 걸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 여정이 끝나면, 나는 드디어 앞선 사람들이 최고라 주장하며 떠났던 《위쳐3》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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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vudghksbog Dec 4, 2022 @ 8:56pm 
캬....이게위쳐다
jay joon Feb 12, 2021 @ 12:51am 
글을 읽는데 내가 다 뽕이 차네.. 3천원에 세일하는데 구매해서 노트북으로 해보겠읍니다
주탱 Nov 26, 2018 @ 3:47pm 
와....글 너무 잘쓰시네요 대단합니다.
BBANG SEUNG Sep 19, 2017 @ 4:07am 
wkwkdwkwkd1 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 '-' 항상 즐거운 일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wkwkdwkwkd1 Sep 19, 2017 @ 12:28am 
필력 조지네;;;
BBANG SEUNG Aug 30, 2017 @ 1:59am 
인정합니다.
감자 튀김 Aug 30, 2017 @ 12:45am 
위쳐...그것은 갓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