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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hrs last two weeks / 133.2 hrs on record (104.6 hrs at review time)
Posted: Mar 11, 2021 @ 6:52pm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취향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방향성은 철저히 마이너하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는 한물 간 장르다. 롤이나 배그 같은 게임을 하면서 자란 요즘 애들이 이 게임을 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게임의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어렸을때 부터 창세기전, 파랜드 택틱스 등을 하면서 자란 골수 RPG 마니아다. 요즘은 이런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제작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시원치 않으니 작품이 잘 나올리가 있겠는가.

로그라이크, AOS, 배틀로얄... 요즘 대세는 한판 한판의 가벼움이다. 반면 이 게임은 무겁다. 헤비게이머라 자부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난이도로 에피1 엔딩을 보는데 100시간이 걸렸다. 가혹한 난이도로 처음부터 달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게임을 켜놓고 무슨 특성이 더 좋을까 고민한 시간만 20시간은 넘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게임 시스템에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고민할 거리가 차고 넘친다. 아이린을 히어로 버프를 받기 위해 별동대로 돌려야할지 아니면 그냥 안정적인 탱커로 기용할지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차라리 레톤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종류의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요즘 게임은 이 정도의 고민이 필요한 경우가 별로 없다. 그렇게 고민을 해야만 깰 수 있는 게임은 요즘 애들한테 인기가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게임을 아주 재미있게 즐겼지만 다른 사람한테 쉽게 추천하기는 힘들다고 정리하겠다. 게이머즈 공략집 펴놓고 게임하던 것이 당연하던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잘 맞을 것이다. 정말로 고민하는 보람이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공략을 찾아보고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거나 거기서 재미 대신 두통만 얻는 사람들은 아마 이 게임에 침을 뱉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작진이 좋은 번역가를 구했기를 희망한다. 아마 한국 시장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응원한다. 오랜만에 겜 하나 진득하게 파고 들어서 재미있게 즐겼다. 그리고 알리사랑 비앙카 정도 분량의 추가 컨텐츠는 이제 DLC로 팔아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에피1 분량에 3만원이면 이미 갓혜자 수준이다. 돈 조금이라도 더 많이 벌어서 직원도 더 뽑고 개발도 더 가열차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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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esponse:
Dandylion  [developer] Posted: Mar 12, 2021 @ 4:1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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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 더 가열차게 해줬으면 ]

평가를 읽는 내내 개발자라는 것을 깜빡할 뻔 했습니다. 정말 '나와 같은 게이머가 또 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디 게임로부터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다시 하기도 했습니다.

반드시 가열차게 후속 DLC 혹은 후속작을 제작할 수 있는 개발팀이 되겠습니다. 공략집을 참고해 가며 게임을 하던 게이머와 이 장르에 관심있어 하는 요즘 게이머 사이의 조그만 가교가 되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1 Comments
ryuguntt May 7, 2021 @ 8:14pm 
요즘 화제인 로스트아크 좀 하다가 패턴 숙지니 레이드 공략이니 유저 커뮤니티니 뭐니 이런 걸 다 언제 신경쓰냐 싶어 결국 스토리만 클리어 하고 지겨워서 접었는데, 52강력을 업데이트 당일 도전모드로 클리어 하면서 '이전 강력사건보다는 난이도가 좀 내려갔네.....' 하는 본인을 보면서 확실히 이런 쪽 게임이 취향이라는 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