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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Nov 24, 2019 @ 4:11am

약스포 포함
더 다크사이드 디텍티브. 내가 이 게임을 언제 산 지 기억 못 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번들같은 곳에서 같이 따라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게임을 킨 이유는 다름아닌 도트게임이라서다. 컴퓨터 사양이 좋지 않은 작금에 가장 돌리기 알 맞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을 튜토리얼격인 1번째 사건을 종결시키자말자 자신의 무지함에 또다시 분노를 느꼈다. 왜 튜토리얼만 하고 분노를 느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튜토리얼부터 이 게임은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가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만 보면 줄기차게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많이 나와서 이제는 그만 좀 말했으면 싶을 정도의 말이다.
"한 소절만 들으면 그 사람의 역량을 알아요."
이런 말 하는 걸 들을 때 마다 신물이 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수학을 풀 때 공식을 어느 것을 쓰면 그 사람의 수준이 파악되고, 외국어를 할 때 그 사람의 발음을 들으면 역량을 알 수 있으며, 노래할 때 어떤 창법, 감정을 어떻게 불어넣는 지에 따라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튜토리얼이란 무엇인가. 게임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튜토리얼을 플레이하면 게임이 어느 방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도록 구성해놓는 것이 튜토리얼이다. 학교 입구를 선생님이나 선도부, 경비아저씨를 내세워 철처히 관리하는 만큼 입구라는 존재는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튜토리얼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의 게임을 소개해주는 책의 서문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튜토리얼을 보고 게이머들은 앞으로의 게임에 관해 유추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임해야 하며,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게임 시스템에 관해서 튜토리얼이 플레이어들에게 정립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튜토리얼이 기가 막히다. 교과서 그 자체다.
독자에게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 지 게임에서 대화가 시작되자 말자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차에서 내리자 자신의 파트너이자 하급자인 둘리 경관이 총으로 쏠 뻔 했다며 놀란 듯이 말하자, 차가 오는 거 보고 있고 손도 흔들은 주제에 뭔 소리냐면서 바로 불평을 틀어놓기 시작한다. 그러곤 사건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집안에 들어선다. 우리는 이 짤막한 대화 단 몇 줄에서 게임의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시니컬하고 진지한 성격인 형사 맥퀸, 장난스럽고 픽셀크기로 봤을 때 덩치 좀 있는 덜떨어진 경관 둘리의 사건 수사기라는 것.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서 알 수 있다. 이것이 요즘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게임사이에서 정말 보기 힘든 튜토리얼이다. 툭하면 바닥 부서지게 만들고 엉뚱한 데 떨어뜨려 놓거나, 게임은 사실적으로 만들어두면서 '왼쪽 마우스 누르세요'라는 지시문을 만들어 괴리감을 들게 하면서 플레이어를 방해한다. 심지어 캐릭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일시정지 시키고 난 후에 글자나 읽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보여준 것은 기껏해야 5분도 안되는 대화문이다. 그 사이에 두 캐릭터간의 성격, 관계,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서 설명했다. 미쳤다. 가히 미친 구성이었다. 지금까지 유명한 연출좋은 게임들만 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에 관해 한꺼번에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 내가 아직 이 게임을 왜 켜지 않았는가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도 한탄했다. 서둘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흔히 아는 포인트앤클릭 방식이었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고 이것저것 건들여보면서 사건을 찾아서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참 의외였던 점이 주인공이 평범한 형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인공은 Darkside 담당 형사로 평범한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오컬트적인 사건을 꽤 맞는 편인 것 같다. 첫 튜토리얼 미션에도 그런 점을 잘 보여주며 마무리를 짓는다. 첫 미션에서 포인트엔 클릭의 사용법, 아이템 사용법, 그리고 이 게임만의 독특한 특징인 Darkside에서 잘 배울 수 있었다. 흔한 게임들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점점 사용법과 새로운 기능들은 늘어나지만 정작 이러한 기능들을 제대로 섞질 못해서 어느 기능은 버려지고 어느 기능은 충실히 쓰이는 면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처음 튜토리얼에서 나온 기능만을 가지고 충실히 게임을 진행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가면 질리기 마련이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가장 장점인 대사덕분이다.
대사. 다이얼로그라고도 요즘 불리는 이 톱니바퀴는 게임의 진행을 담당하는 커다란 축이다. 아무리 커다란 축이라해도 스토리보다 비중은 덜 할 수 밖엔 없지만,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스토리를 버리고 대사에 올인을 한 특이한 케이스다. 비슷한 케이스로 프로토타입2가 있는데 이 게임은 완전 쪽박을 쳤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프로토타입2는 전작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전작인 프로토타입1은 게임플레이방식은 아주 단조로웠을지 몰라도 스토리만큼은 좋음을 넘어선 수준 있는 레벨을 보여줬다. 과거회상으로 말하는 스토리 텔링 방식 또한 호평을 받았으며, 대사도 나름 신경 써서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해줬다. 하지만 2편에 넘어오면서 1편의 캐릭터 설정붕괴가 일어난 것이 큰 원인이 되었다. 만화책으로 중간 설정은 때웠다고는 하지만 만화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으며, 변해버린 캐릭터성에 야유를 퍼붓고, 자신들이 애정을 듬뿍 담아 키워낸 캐릭터가 적으로 돌아선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 진행은 매끄러웠고 헬러의 찰진 대사도 느낄 수 있었으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정말로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디테일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진행이 아무리 매끄러워도 기존의 캐릭터들을 어정쩡하게 리부트시키다시피 한 행동 덕에 개발팀은 모조리 해체되고 팀도 사라지는 결과를 내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더 다크사이드 디텍티브는 뭐가 그렇게 잘났을까. 대사 수준으로 따지고 보면 프로토타입2가 훨씬 수준이 높다. AAA게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경우는 튜토리얼에서 보여준 그 게임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안전한 노선을 택했다. 덕분에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1편의 주인공이 갑자기 성격이 180도 변해버려 신세계의 여왕을 만들것이다 같은 노선이 아닌, 항상 쪼들리는 예산에 불평하면서도, 사람 잘 챙기지만, 유머도 아주 티끌만큼 가지고 있는 주인공 형사
도대체가 제대로 된 교육은 받았는지 의심이 될 만큼 헬스하다가 뇌까지 근육으로 바꿔버린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 만한 덜떨어진 경관
어디 도움 받을 만한 구석은 하나도 보기 힘든 주변 인물들
어둡고 진지해야 할 장면에서도 코믹스러운 분위기를 계속해서 환기시켜주는 대사와 도트
이 모든 구성이 엔딩까지 주욱 이어진다. 게임이 가지고자 했던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다. 나무하나 잘 크게 할려고 잔가지를 수도 없이 치는데, 이런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잔가지도 많이 쳤으리라. 잡소리와 이스터에그 구성요소도 엄청나게 쏟아넣었는데 개발자들이 얼마나 소설과 SF팬인지 알 수 있다. 영미문화에 대한 문학적인 지식을 기반이 있으면 이 게임이 왜 그렇게 대사가 찰진지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도트, 사실 이 게임에서 볼만한 그래픽이라곤 도트말고 뭐 더 있는가. 도트 크기는 말도 안 되게 크다. 내가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픽셀단위가 눈에 보일만큼 이렇게 큼직하게 박아둔 게임은 난생처음봤다. 보통 어느정도의 현실성을 위해서 눈속임을 좀 쓰는 편인데, 이런거 없이 그냥 대놓고 우리 이렇게 찍었어요~ 하고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또 기가막히게 게임에 효과를 자아낸다.
대사 참 오글거리는 데에 성우를 집어넣는 다거나, 번역도 거의 창조를 하다시피 한 매체에 성우를 집어넣으면 어떤 사태가 퍼지는지는 쉬이 상상된다. 못 들어준다. 바로 더빙에서 자막으로 교체한다.
이 게임의 도트는 큼직하다. 정말 큼직하다. 캐릭터 얼굴 조차 제대로 못 만들어준다. 옷만 겨우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얼굴이 없다. 모든 것을 독자의 상상에 맞기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이런 대사에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맹점이 생겨버리니까 왠만한 비현실적인 요소는 넘겨집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생기는 것이다. 기가 막힌다. 요즘 들어서는 게임에 성우를 없애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기법말곤 남아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킥스타터 게임에서 장외홈런을 날릴 줄을 몰랐다. 이미 내 눈에는 공이 옆집 창문을 뚫은 정도로 보인다. 이런 도트를 사용한 것을 굉장히 영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사운드는 큰 부분을 중요한다. 실제로 게임의 느낌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매채 중 하나이니 어떻게 창조해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이건 다른 매체에서도 똑같다. 이 게임의 사운드는 유저가 기대한 만큼 뽑아준다. 다른말로 말하면 게임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비록 배틀필드 주제가처럼 인상깊은 주제가가 남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그 자체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는 노래를 뽑았다. 이런 인디게임은 보통 음악이 중간에 끊겨서 어색함이 남는 점이 있는데, 이 게임은 게임 퀄리티에 맞게 그런 점은 없었다. 남들만큼의 디테일엔 신경썼다.
필자가 게임을 하면서 정말 안 하는 것, 신경도 잘 안 쓰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도전과제다.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도전과제를 클리어한 게임은 한 손가락 안에도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게임은 도전과제 올 클리어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달아 반복했다. 별 이유 아니다. 그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여러 번 해도 질릴만한 요소도 없고, 클릭할 것이 많으니 못 보던 문장도 보게 된다. 이 게임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알아줬으면 한다. 영어실력이 한 가닥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필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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