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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ug 31, 2017 @ 10:59am
Updated: Sep 1, 2017 @ 7:48pm

“화이트데이”라는 네임밸류와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나, 손노리가 나름 고심해서 만든 수작이라 생각한다.

사실 유지민 루트만 아니었다면 좀 더 혹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손노리가 제한된 자원과 부족한 인력에 허덕이고 있음을, 그 와중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 했음을 알고 있다. 손노리가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기대하고 있는 캐쉬카우는 ‘화이트데이 : 스완송’이며, ‘화이트데이’의 역할은 스완송이 출격하기에 앞서 화이트데이 시리즈의 저변을 확대시켜줄 첨병 정도에 그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도 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서, ‘화이트데이’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자원과 인력을 갈아넣는 행위가 오히려 회사의 영속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래서 손노리가 ‘화이트데이’ 퀄리티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그런 것 까지 헤아려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당장 고객의 눈에는 다른 대작 게임들과 비교하기가 부끄러워지는 초라한 그래픽, 모바일 버전과 달라진 것 없는 캐릭터들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패치 전 초창기의 극심한 버그, 불편한 게임 내 상호작용 등이 먼저 보일 뿐이다. 더불어 상당수의 국내 유저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 모바일판과 다른 부분이 없는 소영/성아/지현 게임 진행이라니! 이러한 점들은 나도 수없이 욕했고 이미 다른 사람들이 가루가 되도록 많이 깠기 때문에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노리가 세세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보인다는 사실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Ebony 엔딩에서 이러한 점이 피부에 와 닿았는데, 모바일 판에서는 귀신과 함께 있는 소영이 바닥에 엎드려 울 때 그녀의 꽁지머리가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솟아있는 모습이 굉장히 거슬렸으나 이번 판에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수정되었다. 그 외에도 모바일 판에서 꽤나 귀를 짜증나게 했던 나무귀신 BGM의 수정이라던가, 손노리가 세세하게 손 본 부분이 여럿 보인다. 큰 부분은 안 고치면서 이런 세세한 것들을 건드렸니?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적어도 플레이타임 20시간을 넘기는 시점부터는 그래도 손노리가 없는 와중에서도 나름 2017년 판에 애정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신작이 아닌 리마스터 판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본다면 꽤 괜찮다.

유지민 루트에 관해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화이트데이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넓히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판을 만들 때도 원작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다듬는데 성공했고, (스포일러라 말은 못하겠으나) 유지민 루트를 통해 그 세계관을 좀 더 확장시키고 떡밥을 뿌리면서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지민이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소영과 김성아라는 이 업계 왕언니들과 겨루어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과 색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지현은... 그래 솔직히 손노리는 설지현에게 미안해해야한다.)

난이도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조금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패치 후 ‘어려움’ 난이도까지는 충분히 괜찮다고 본다. 문제는 왕리얼 난이도의 수위가 미쳐 돌아간다는 점인데, 왕리얼 난이도의 수위는 순찰 코스 개념이 흐릿해지는지 내 위치 부근을 도통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층을 떠날 생각이 없는 수위 때문에 교장실에 갇힌 체 10분을 멍하니 있어야 했던 상황은 분명히 긴장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버그 혹은 다른 방들의 문이 열려있다던가 하는 등 변화를 감지할 때 마다 코스가 리셋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뿐 의도한 부분은 아닐거라 믿고 싶다. 순찰 코스 문제가 아닌, 수위의 미칠듯한 감지력 문제에 관해서는 오히려 ‘왕리얼’을 ‘왕리얼’답게 만들고자 하는 손노리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적어도 ‘왕리얼’답게 만들고 싶다는 손노리의 의도는 존중할 수 있다고 본다.

이원술 대표도 인정했듯, 화이트데이는 대작이 아니다. 오리지널 화이트데이는 분명히 명작이었지만, 기라성같은 명작이 많은 요즘 시대를 감안하면 2017년 화이트데이는 명작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내 생각이 맞다면 손노리는 애초에 대작이나 명작을 상정하고 이번 화이트데이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첨병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줄 수작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2017 화이트데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이미 명작으로 유명했던 화이트데이니만큼 이번 리메이크 판에도 대작이나 명작을 기대했거나,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막상 발매 당일부터 초창기에 일어났던 ‘너무나 초보적이고 어설픈’ 문제들과 한 눈에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 등이 게임을 진지하게 평가하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수작을 목표로 했던 손노리의 생각을 좀 짧았다고 생각하는데, 화이트데이가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도전임을 감안하면(모바일판의 해외 발매는 ‘첫’ 발자국 정도로 생각한다) 이번 화이트데이 작품은 ‘수작’ 수준이 아닌 ‘명작’ 반열에 들 만한 스케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기왕 모바일 버전의 단순 이식이 아닌, 좀 더 스케일을 키울 생각이었다면 해외 시장을 생각해서 아예 회사의 명운을 걸고 명작 화이트데이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혹여나 ‘기존 화이트데이 작품성이 좋으니, 이정도로 만들어도 화이트데이가 낯선 해외에서는 시선을 끌 수 있을거야. 게다가 모바일 판 보다 루트도 추가했으니 리마스터 구색도 충분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면 행복회로가 너무 불탔다. 차라리 단순 이식만 하고 가격을 확 낮추어 접근성을 낮췄으면 어땠을는지.

그럼에도 나는 이번 화이트데이가 ‘수작’의 반열에 들 수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원래부터 인정받아오던 작품성에 더하여, 자연스럽게 넓혀진 세계관, 매력적인 신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 갓갓 수준의 사운드, 공포 게임의 기본인 ‘공포심 유발 능력’에 아주 충실하다는 점,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떡밥들까지. 분명히 게임 중 눈에 거슬리는 단점들이 짚이고 손노리의 운영 자체도 다소 미흡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2017 화이트데이는 장점들도 분명 많이 찾을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더하여, 지금 화이트데이가 받고 있는 비판에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비판이 많이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일단 화이트데이는 까야 제 맛’이라는 놀이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지면 그냥 기분탓인지. 게시판, 위키 등지에서 화이트데이를 “북북노인이 반라의 주인공을 쫓아다니며 수영복 여자 캐릭들과 대화하는, 공포라는 장르의 본질이 흐려진 게임”으로 설명한다던가, “패치했다는 지금도 한 발자국 걸을 때 마다 버그 때문에 게임을 끄는 지경인데 지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모두 복돌이랑 유저탓으로 돌리는 쓰레기 운영”이라고 다소 억한 과장을 한다든지. 그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이라고 느꼈던 경험은, 게시판에서 꾸준히 화이트데이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대화해보니 막상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더라는 경험이었다. 유사이래 일단 까는게 제맛이라는 것은 인간 본성 불변의 진리이긴 하나, 그 ‘까는 재미’에 화이트데이의 장점들과 발전할 부분들,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가능성까지 빛을 못 볼 것을 생각하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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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invalid-user Jan 18, 2022 @ 4:12am 
고생이 많으십니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저 시험 평균 95점 나오게 해주세요
에체야키 Mar 14, 2019 @ 10:48pm 
모바일게임만 해서 스팀을 거의 안해 확인을 잘 안하긴 하는데..여튼 이것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네요

SKATA Aug 6, 2018 @ 10:24am 
ㅉㅉ 비공개인게 좀 걸리긴 하는데 알바면 계정 관리도 안되서 답도 못해주는데 알바알바 ㅇㅈㄹ 하고 있네 찐따실명제
이인 Sep 23, 2017 @ 5:43am 
알바
에체야키 Sep 23, 2017 @ 4:15am 
지 맘에 안들면 다 알바냐;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 반만 좀 따라가봐라
이인 Sep 17, 2017 @ 5:50am 
알-바
에체야키 Sep 9, 2017 @ 12:24am 
hedgehog // 알바는 무슨 알바야 미친
알바 안하고도 너보다 훨씬 잘 벌어먹고 잘 사니까 알바알바 노래부르지 말고 글이 맘에 안들면 비공감이나 누르고 가던지
꼭 현실 찐따들이 울분을 이렇게 풀고 가더라-_-;
hedgehog Sep 7, 2017 @ 9:30pm 
알바좀 그만 풀어라
EquaL Sep 6, 2017 @ 4:51pm 
시대에 떨어지는 UI나 초기 미검수 등 게임이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게임으로서 괜찮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보지도 않고 유튜브/스트리머 방송만 보고 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러고나서 스스로 안 사는 이유를 "이렇게 깔 만한 부분이 많으니까 안 산다"로 정신승리!?

분명 몇몇 사람들은 모바일 버전 해 봐서 까는건데요? 라고 반론하겠지만, 분명히 모바일 버전과는 다른 맛이 있다. 실제로 사서 해 보면 게임, 꽤 재밌다. 난 즐겁게 했다. 엔딩도 10번은 봤고 (콜렉션은 다 못모으겠더라 그래도)

가격 책정을 과하게 한 부분으로 모바일 버전이 아닌 신규 구매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것 또한 게임사의 결정이다.

지금은 그 쓴 맛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일게다.
꿍큼 Sep 1, 2017 @ 10:46am 
뭔가 제가 할려던 말들을 대신 하신거 같아서 속이 시원하네요
분명히 까야할 부분은 있으나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고
너무 비난만 하는사람이 많아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긴글 쓰시느라 수고하셧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