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이고, '비앙또 레떼'라고 읽는다. 'It's nearly summer', '곧 여름'이라는 뜻이다.
포럼에서도 이 게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소란이 많았다. 지금은 대충 정리된 것 같지만.
가격이 만원인데, 게임의 볼륨을 생각하면 비싸다. 이 게임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는 극히 제한적이고, 감상 가능한 정보량도 많지 않다. (그래도 키고 놀다보면 은근히 시간이 길어진다)
스크린 샷이나 동영상, 완전 시적으로 적어놓은 게임 설명을 봐도 이 게임이 무슨 물건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리 많지 않은 이 게임의 컨텐츠를 여기에서 다 말해둔다. 이 게임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호기심이지 기대감은 아닐 것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샀지만.
장소는 직사각형의 고립된 공간인데, 몇 분 내에 횡단할 수 있는 해변과 그 중앙에 놓인, 이따금 모습이 변화하는 호텔이 전부다. 해변은 십수분 단위로 낮과 밤이 서서히 변화하고, 무릎을 적실 정도로 깊게 들어가지는 못하며, 새들이 앉다 날곤 하며 드문드문 영어로 된 모래 낙서들이 보인다. 플레이어가 그 낙서 위를 지나가면 낙서 내용이 화면에 크게 표시되며 수집된다. 낙서는 프랑스 영화에서 추출한, 연인 사이에서 할 법한 무심하거나 격정적인 대사들이다.
바다 반대편 땅으로 조금 올라가면 중앙에는 호텔이 있고 공간 양 끝 쪽에는 벤치가 하나 씩 있어 앉을 수 있다. 벤치에 앉으면 별 다른 일은 없지만, 시점이 고정되어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는 광경을 잘 구경할 수 있다. 플레이함에 따라 가끔 장농, 나무, 석탄 더미 등의 특이한 오브젝트들이 나타나는데, 접촉하면 잠깐 그 사물이 시각 효과와 함께 하이라이트 되다가 사라진다. 사라진 자리에는 체스 말 하나가 남고, 이 역시 수집된다. 공간의 좌우측 끝에 다다르면 플레이어의 연인이라고 상정된 이성의 모습이 보인다. 이 장소 전체는 고립된 가상 공간이라는 설정이라, 눈을 감으면 옛 해커 영화에 나오는 데이터 플로우 느낌의 시각 연출이 나오고, 공간의 경계선도 대충 그런 식으로 꾸며져 있다. 나르시소스가 본 그것 처럼, 공간의 경계에서 볼 수 있는 이성 또한 플레이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데, 거울에 손을 댈 때가 그렇듯 아무리 가까워져도 결국 접촉하거나 소통할 수는 없다. (연인을 이성으로만 상정했기 때문에, 포럼에서는 왜 동성애자를 배려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던데, 타당하다고 해야할 지 히스테릭하다고 해야할 지...)
이 소박한 풍경들의 향유와 함께 이 게임의 중요한 두 축 중 하나인 호텔은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있다. 내부의 공간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은 아니고 들어감과 동시에 와인과 담배, 재즈 레코드가 구비된 체스 테이블의 대국 화면 같은 것이 뜬다. 이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다른 플레이어를 기다려서 함께 놀 수 있는데, 물론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이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호텔 밖에서 창문이 열려있고 커텐이 흔들리는 식의 연출이 있다면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는 표시라고 한다. 아무튼 사람이 없을 때는 컴퓨터를 불러서 놀 수 있다.
미칠듯한 발상력을 요구할 줄 알아서 기대가 컸었는데, 기본 규칙들을 배워서 응용하는 정통적인 구성에 약간의 발상력 요구를 섞은 정도의 게임이었다.
공간의 뒤섞임은 게임이 지도를 제공하고 이동이 자유로우며, 딱히 공간의 연계를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듯 보이지만, 편의적인 측면에서 이 컨셉은 더 활용되기 보다는 줄어들 구석만 있는 기능이었고, 하지만 이 핵심적인 부분을 개발자로서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 도중에 들를 수 있는 서플먼트 구역을 보면, 다년간 이어진 개발 과정 동안 퀘이크 형상의 슈터에서 현재의 앤티챔버까지의 과정이 전시되어 있는데, 저해상도의 스크린샷을 얼핏 보면 퇴보라는 착각마저 드는, 점점 심플해지는 디자인의 변화를 보면 꽤 재미있다.
국내 리뷰는 이차원의 공간을 돌아다니는 듯한 난해하고 희안한 감각을 제공할거라는 식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대중적인 구석이 많은 완성도 높은 게임이라고 본다. 발상력 요구나 픽셀헌팅같은 난해함, 험난함은 포탈(1편)이나 플래시 게임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고, 그런 게임들도 이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빈번하게 향유되곤 한다.
50% 세일 때 만원 주고 10시간 플레이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다중 논리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돌아다니는 기분을 만끽하며 정가인 2만원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나, 클리어를 목적으로 설렁설렁 플레이 했으니 만원 정도의 만족은 충분히 했다.